“하늘을 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고통을 겪으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묻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신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진짜 묻고 싶은 건 이것 아닐까요?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종교적인 호기심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존재의 의미를 찾고,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종교철학은 바로 이 질문에 가장 치열하게 접근합니다.
오늘은 신의 존재에 대한 대표적인 철학적 주장과 반박을 따라가 보며, 이 오래된 논쟁 속에서 우리가 진짜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신의 존재를 다룬 대표적인 철학자들은 보통 다음 세 부류로 나뉩니다:
- 신 존재를 주장한 철학자들 (예: 아퀴나스, 안셀무스, 데카르트)
- 신 존재를 부정한 철학자들 (예: 니체, 히우메, 프로이트)
- 신 존재를 유보한 철학자들 (예: 칸트, 키르케고르, 비트겐슈타인)
우선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했던 대표 철학자들의 주장부터 살펴볼까요?
2. 신 존재의 철학적 논증 TOP 3
● ① 존재론적 논증 — “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주장자: 안셀무스, 데카르트
핵심 아이디어:
“신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존재이며,
존재하지 않는다면 완전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비판:
- 상상 속 개념만으로 실제 존재를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반박이 많습니다.
- 철학자 가우니로는 ‘완벽한 섬’도 상상할 수 있지만, 그런 섬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다고 비꼬았죠.
요약: ‘생각 속 개념’만으로 신 존재를 증명하려 한 가장 추상적인 방식.
● ② 우주론적 논증 — “모든 것은 원인이 있어야 한다”
주장자: 토마스 아퀴나스
핵심 아이디어: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원인이 있다.
- 그 원인을 따라 올라가면 결국 시작이자 원인 없는 존재, 즉 신이 필요하다.
비판:
- “그렇다면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
- 그리고 ‘무한 회귀를 막기 위한 비상구’로 신을 설정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뒤따릅니다.
요약: 원인 없는 제1원인을 신이라 보지만,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믿음일 수 있음.
● ③ 목적론적 논증 — “세상은 너무 정교해서 우연일 수 없다”
주장자: 윌리엄 페일리
핵심 아이디어:
- 시계를 보면 시계공이 있다고 생각하듯,
- 정교하게 설계된 자연계도 설계자, 즉 신의 존재를 암시한다.
비판:
-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한 이후, 자연의 복잡함 = 설계자 존재라는 인과관계가 도전을 받았습니다.
- 자연선택이 설계자 없이도 정교함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
요약: ‘정교함 = 신’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기엔 오늘날엔 과학적 반론도 많음.
3. “신은 죽었다” — 신 존재를 부정한 철학자들
● 니체: “신은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이 죽였다”
니체는 신의 존재 자체보다 신 개념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그는 선언합니다:
“신은 죽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였다.”
이는 신에 의존하던 도덕, 진리,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선언한 말입니다.
그의 말은 ‘무신론’의 철학적 정당화이자, 인간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 프로이트: “신은 아버지에 대한 심리적 투사일 뿐”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신은 불안한 인간의 보호 본능에서 비롯된 상상의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 외로운 인간이 세상을 설명하고 싶어서 만들어낸 심리적 존재.
- 현실이 불안하니, 전능한 아버지 같은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라는 해석.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을 믿는 사람들: ‘신념’이라는 다른 차원
하지만 여전히 많은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은 신은 논증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대상이라고 봅니다.
● 키르케고르: “신은 논리로 찾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도달한다”
그는 신을 철학적 주제로 다루는 것은 신 자체를 놓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은 '논증'이 아니라 비약적 신뢰, 즉 실존적 결단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신은 증명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 관계 맺는 존재다.”
5. 신 존재 논쟁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
신이 있든 없든,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우리가 인간으로서 무엇을 믿고 살아갈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
- 신을 믿는다는 것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
- 신의 존재 여부는 윤리, 도덕, 공동체, 죽음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
✦ 마무리 질문: 당신에게 신은 무엇인가?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인간의 상상일 뿐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철학의 문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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