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사회와 정치의 미래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날, 전 세계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이들은 깨달았다.
트럼프가 떠났다고 트럼피즘이 끝난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단지 대통령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었다.
그가 퇴임한 이후에도 미국 정치는 여전히 그의 그림자 아래 놓여 있다.
공화당은 둘로 나뉘었고, 민주당은 반(反)트럼프를 외치며 단결했지만 내부 분열이 여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문화적으로 깊이 갈라진 상태다.
이번 글에서는 트럼프 이후 미국의 정치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으며,
이 분열이 미국 민주주의에 어떤 도전이 되고 있는지 탐구해본다.
1. 트럼피즘, 정치 운동이 되다
트럼피즘은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스타일이 아니다.
그것은 반(反)엘리트 정서, 백인 중심주의, 미국 우선주의, 음모론적 정치 전략이 결합된 하나의 정치적 정체성이다.
트럼프가 퇴임한 이후에도, 수많은 공화당 정치인들은 그의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2022년 미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 예비선거에서 대거 승리했고,
2024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본인은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다시 떠올랐다.
트럼피즘은 이제 공화당 내 ‘극우적 감성’의 대명사이자,
정통 보수주의와 갈라지는 분기점이 되었다.
그는 물러났지만, 그의 정치적 DNA는 남아
여전히 미국 정치를 강하게 흔들고 있다.
2. 공화당의 딜레마: 트럼프와 결별할 수 없는 이유
공화당은 지금도 트럼프를 ‘버릴 수도, 안고 갈 수도 없는’ 상태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저학력 유권자, 보수 기독교인, 시골 지역 거주민은
당의 중요한 투표 기반이다.
이들을 잃는 순간, 공화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의 극단적 언행은
중도층과 도시 유권자, 젊은 세대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즉, 트럼프를 안고 가면 총선에서 지고, 버리면 당 내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구조다.
그 결과, 공화당은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 같은 인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가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식 정치 수사를 계승하되, 조금 더 ‘정치적으로 계산된 이미지’로 대중을 설득하고 있다.
3. 민주당의 문제는 ‘트럼프가 사라진 후’에 시작된다
트럼프의 등장은 민주당에게도 어쩌면 하나의 ‘결속 도구’였다.
그를 막기 위해 진보와 중도가 손을 잡았고, 바이든이라는 온건한 타협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퇴장한 이후, 민주당 내부의 균열은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로 대표되는 급진 진보 그룹과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도 실용주의 그룹 간의 노선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진보 그룹은 기후 위기 대응, 의료 개혁, 학자금 대출 탕감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자 하지만,
중도 그룹은 ‘현실 가능한 개혁’을 추구하며 점진적 변화를 선호한다.
트럼프라는 강력한 외부 적이 사라지자,
민주당 내부의 이념적 틈새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4. 미국 사회의 분열, 단순한 이념 싸움이 아니다
미국의 분열은 단순한 ‘좌파 대 우파’ 구도가 아니다.
도시와 농촌, 고학력과 저학력, 다문화와 백인 중심 사회,
인터넷 중심 세대와 전통적 매체 세대의 충돌이 함께 겹쳐 있다.
정치적 성향은 이제 소득이나 직업보다,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코드로 더 강하게 구분된다.
CNN을 보는 사람과 FOX뉴스를 보는 사람은 같은 나라에 살면서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갖는다.
이제 미국에서 대화는 줄고, 진영 간의 ‘확증 편향’은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분열은 사회적 신뢰 자체를 위협한다.
선거 결과를 믿지 않고, 과학을 부정하며, 심지어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까지 퍼져 있다.
5. 앞으로의 미국 정치, 어디로 갈 것인가
트럼프는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정치적 화두는 여전히 미국의 미래를 규정하고 있다.
- 공화당은 트럼피즘을 온전히 흡수할 것인가, 아니면 탈트럼프로 돌아설 것인가?
- 민주당은 젊은 진보층과 중도 실용주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사회는 갈라진 채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미국은 단지 정권 교체의 국면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트럼프 이후의 미국은 단순히 ‘이전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과 원칙을 만들어가야 하는 재건의 시대에 진입한 셈이다.
트럼프는 떠났지만, 질문은 남았다
트럼프는 ‘현상’이었다.
그는 미국 사회 곳곳에 존재하던 불신, 분노, 상실감을
가감 없이 정치의 언어로 끌어올렸다.
그가 떠났다고 해서 그 감정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제 중요한 건 질문이다.
"트럼프 이후 미국은 무엇을 배웠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단지 미국의 일이 아닌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전 세계 시민 모두의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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