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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미래 혁신

기후위기와 식량혁명 – 곤충 식품부터 배양육까지

by Macan 2025. 4. 20.

식탁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조용하지만 거대한 전환 속에서.

기후위기는 이제 기상 뉴스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수면 상승, 폭염, 가뭄을 넘어, 우리의 ‘식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이상 ‘지구가 아파요’ 캠페인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약 100억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들이 먹어야 할 식량은 지금보다 최소 60% 이상 더 생산되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농축산 시스템으로는 그걸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기 한 근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은 무려 15,000리터. 온실가스 배출량도 자동차 못지않다. 축산업은 메탄가스 배출의 주범이며, 삼림파괴의 원인 중 하나다. 그 결과, 식량은 이제 ‘무조건 많이’가 아닌 ‘지속가능하게’ 생산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 곤충 식품과 배양육이다.

귀뚜라미 쿠키 출처 :  미디어데일(http://www.mediadale.com)

곤충 식품: 혐오를 넘은 고단백 솔루션

"벌레를 먹는다고?" 반응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과학은 단호하다. 곤충은 영양밀도가 높은 단백질원이며, 사료나 물, 공간 면에서 기존 축산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귀뚜라미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은 소고기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곤충은 오메가-3, 비타민 B12, 철분 등도 풍부하다.

유럽에서는 이미 식용 곤충에 대한 식품 규제가 정비되고 있고, 한국 역시 2020년부터 귀뚜라미와 갈색거저리 등을 ‘식용곤충’으로 허용하고 있다. 바삭하게 튀긴 벌레 스낵이 낯설어도, 곤충 단백질을 활용한 파우더, 에너지바, 시리얼은 생각보다 이질감이 적다. '맛은 모르겠지만, 몸에는 좋다'는 표현이 꽤 잘 어울리는 신소재 식품이다.

배양육: 실험실에서 자란 고기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추출해 실험실에서 고기로 배양하는 기술이다. 동물을 도축하지 않아도 되고, 환경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 버거가 소개된 것은 2013년. 이후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2020년에는 싱가포르에서 공식 판매 승인이 나기도 했다.

고기 맛은 그대로지만, 생산 과정이 획기적으로 다르다. 배양육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 96%까지 줄일 수 있으며, 항생제나 호르몬 투입이 필요 없다. 물론 아직은 생산 비용이 높고, 소비자 인식 개선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5년 후쯤이면 ‘실험실산 고기’가 대형 마트의 정육 코너에 진열될 수도 있다.

곤충식품 그레놀라바 / 자료제공=경북도

식탁의 전환: 선택이 아닌 필수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환경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먹는 것부터 바꿔야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식물성 대체육, 해조류 기반 식품, 3D 프린팅 식사 등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인식이다. 새로운 식문화를 낯설어하지 않고, 변화의 흐름에 발을 맞추는 것. 언젠가 ‘곤충 단백질 쿠키’가 건강식품 코너의 베스트셀러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후위기 시대에 당신은 무엇을 먹고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